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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사람은 기겁할지도 모르는, 내 맘대로 알리오 올리오

이탈리아 사람은 기겁할지도 모르는, 내 맘대로 알리오 올리오

이탈리아 사람들이 이 글을 보면 기겁할지도 몰라요. 스팸을 넣고, 계란프라이를 깔고, 면도 알덴테보다 더 익히거든요. 그래도 저는 맛있으면 다 좋다고 생각합니다.

파스타 중에서도 알리오 올리오는 특히 그래요. 마늘과 올리브유로만 맛을 내니 맛이 단순하고, 그래서 뭘 더해도 잘 어울려요. 냉장고에 있는 걸 하나씩 얹어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바쁜 분들을 위한 결론

  • 면은 소스와 함께 입에 들어오는 양이 알맞은 링귀네
  • 맛을 가르는 건 면수. 물을 적게 잡고 계속 끓여서 전분을 진하게
  • 익힘은 알덴테보다 조금 더
  • 최애 토핑은 노른자가 흐르는 반숙 계란

알리오 올리오는 마늘과 기름이 전부예요

알리오 올리오(aglio e olio)는 이탈리아어로 마늘과 기름이라는 뜻이에요. 이름 그대로 올리브유에 마늘을 천천히 익혀 향을 내고, 그 기름에 면을 버무리면 끝입니다. 매운맛은 이탈리아 건고추인 페페론치노로 더해요.

가장 간단한 알리오 올리오

흰 접시에 담긴 알리오 올리오. 다진 마늘과 고추 조각, 후추가 면 사이사이에 묻어 있다

재료는 1인분 기준이에요.

  • 링귀네 또는 스파게티 100g
  • 마늘 6쪽
  • 올리브유 4큰술
  • 페페론치노 3개
  • 소금, 후추 약간

1. 면 삶기

냄비에 면이 잠길 만큼만 물을 붓고 소금을 넣어 끓여요. 물맛이 살짝 짭짤하면 됩니다. 물이 끓으면 면을 넣고 봉지에 적힌 시간만큼 삶아요.

2. 마늘 기름 만들기

면이 삶아지는 동안 마늘을 다져요. 팬에 올리브유와 마늘을 같이 넣고 약불에 올려, 마늘이 연한 갈색이 될 때까지 3~4분 익혀요. 그다음 페페론치노를 손으로 부숴 넣습니다. 마늘은 금방 타서 쓴맛이 나니 불은 끝까지 약하게 두세요.

3. 면수와 함께 버무리기

면을 건져 팬에 옮기고 면수를 한 국자 넣어요. 중불로 올려 1~2분 팬을 흔들며 섞어 주세요. 기름과 면수가 섞여 뽀얗고 살짝 걸쭉해지면 다 된 거예요.

4. 간 맞추기

맛을 보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춰요. 싱거우면 소금 대신 면수를 조금 더 넣어도 됩니다.

맛을 가르는 디테일

면은 링귀네가 제일 좋아요

스파게티나 더 얇은 면도 써 봤는데, 한입의 배합은 납작한 링귀네가 가장 좋았어요. 한 번 집어 입에 넣을 때 면과 같이 딸려 오는 소스 양이 가장 알맞아서인 것 같아요.

계란프라이 위에 링귀네를 수북이 올린 접시. 면에 기름이 반질반질하게 묻어 있다

익힘은 알덴테보다 조금 더

이탈리아에서는 알덴테가 정석이에요. 알덴테는 이탈리아어로 '이로'라는 뜻으로, 너무 무르지 않게 익혀 씹을 때 단단함이 남은 상태를 말해요.

그런데 한국 사람 입맛에는 조금 더 익히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봉지에 적힌 시간만큼 꽉 채워 삶고, 팬에서 1~2분 더 버무려요. 알덴테로 먹고 싶다면 봉지 시간보다 1~2분 일찍 건지면 됩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중요한 건 면수예요

마늘 향이 밴 올리브유는 그냥 버무리면 면에서 미끄러져 접시 바닥에 고여요. 면수에 녹아 있는 전분이 기름과 물을 섞어 주면서 마늘 기름이 면에 잘 붙게 도와줘요.

문제는 집에서 삶은 면수에는 전분이 별로 없다는 거예요. 가게에서는 한 냄비에 면을 계속 삶으니 면수에 전분이 넉넉한데, 집에서는 1인분을 한 번 삶고 끝나거든요.

그래서 저는 웬만하면 물을 많이 잡지 않아요. 면이 잠길 정도면 충분하고, 물이 적을수록 같은 양의 전분이 더 진하게 녹아 있어요. 위에 링크한 America's Test Kitchen 글에도 물을 보통의 절반만 잡고 면을 삶는 방법이 나와요.

면을 건진 뒤에도 면수는 팬에 넣을 때까지 계속 끓여요. 수분이 날아가면서 전분이 더 진해지거든요. 너무 졸면 짜지니 불은 중약불로 두세요.

여기까지가 제가 생각하는 기본기예요. 이제부터는 내 맘대로 커스텀입니다.

내 맘대로 커스텀

우리 집 냉장고에는 보통 오리훈제, 냉동 고등어, 참치캔, 계란, 베이컨, 스팸 같은 게 있어요. 그중 하나를 더하면 단백질도 채우고, 같은 알리오 올리오도 그날그날 다른 음식이 됩니다.

최애는 반숙 계란

노른자가 덜 익은 계란프라이를 올리고, 먹을 때 노른자를 터뜨려 면에 섞어요. 노른자가 소스에 섞이면서 훨씬 꾸덕해집니다.

반숙 계란프라이와 베이컨을 올린 스파게티. 노른자가 아직 촉촉하게 반짝인다

스팸과 베이컨은 먼저 굽기

스팸이나 베이컨은 마늘보다 먼저 팬에 구워요. 노릇하게 구우면서 나온 기름에 마늘을 익히면 고소한 맛이 더해집니다. 둘 다 짠 재료라 소금과 면수는 맛을 보면서 조금씩 넣으세요.

검은 팬에서 노릇하게 구운 스팸과 면을 함께 버무리는 모습

고등어, 참치, 오리훈제도 잘 어울려요

냉동 고등어는 구워서 살만 발라 넣고, 참치캔은 기름을 빼서 마지막에 섞어요. 오리훈제는 스팸처럼 먼저 구워 기름을 내면 됩니다.

페페론치노 대신 청양고추

청양고추를 송송 썰어 마늘과 함께 넣어도 좋아요. 맛이 조금 더 깔끔하고, 페페론치노와는 결이 다른 매운 향이 나요.

오늘 저녁은 냉장고 털기 파스타 어떠세요?

마늘과 올리브유, 면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어요. 면수만 잘 챙기면 나머지는 냉장고 사정에 맡겨도 됩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