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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초콜릿에서 고디바 모찌까지, 의도치 않은 디저트 트민남이 된 1년

두바이 초콜릿에서 고디바 모찌까지, 의도치 않은 디저트 트민남이 된 1년

저는 디저트 전문가가 될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 여자친구는 트민녀, 그러니까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이에요.

요즘 뜬다는 디저트를 먹어 보고 싶다는 요청이 오면 어떻게든 구해 오고, 같이 먹어 보고, 그러면 또 다음 유행이 오고. 그렇게 1년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저는 카다이프의 수분감을 논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버그는 고쳐도 식탐은 못 고친다더니, 유행도 못 피해 갔네요.

그 1년을 그래프로 정리했습니다. 마지막엔 그중 딱 하나, 제 1등도 알려 드릴게요.

바쁜 분들을 위한 결론

  • 지금까지 먹은 유행 디저트 중 1등은 두쫀쿠
  • 같이 마실 건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
  • 고르는 기준은 촉촉하되 흘러내리지 않는 속
  • 단 게 힘들다면 두바이 수건케이크와 우유
  • 어디서 먹을지 고민이라면 서울대입구역 미엘케이커리

그래프로 보는 디저트 변천사

말로 하면 체감이 안 되니 데이터를 가져왔습니다. Google 트렌드에서 대한민국의 주간 검색 관심도를 같은 축으로 비교한 그래프예요.

2024년 7월 두바이 초콜릿이 27, 2026년 1월 두쫀쿠가 100, 2026년 3월 버터떡이 41, 2026년 9월 한정선이 38까지 오른 뒤 차례로 내려가고, 2026년 10월 고디바 모찌가 4를 기록한 검색 관심도 그래프

읽는 포인트는 세 가지예요.

  1. 두쫀쿠는 혼자 차원이 달랐습니다. 2024년 두바이 초콜릿의 정점이 27인데, 두쫀쿠는 그 약 3.7배인 100까지 올랐어요.
  2. 바통 터치는 정말 빨랐습니다. 두쫀쿠 정점에서 버터떡 정점까지 딱 8주예요.
  3. 이후로는 두쫀쿠만큼 뜬 디저트가 없습니다. 버터떡은 41, 한정선은 38에서 정점을 찍었어요. 줄 서는 사람들의 체감과 달리, 검색량은 절반에도 못 미쳤습니다.
시기 디저트 유행의 증거
2024년 7월 두바이 초콜릿 CU 제품이 3주 만에 52만 개 판매
2026년 1월 정점 두쫀쿠 영하 13도 한파에도 대기 줄
2026년 3월 정점 버터떡 GS25 사전 예약 5천 개가 하루 만에 완판
2026년 9월 이후 한정선, 고디바 모찌 GS25 협업 한정선이 한 달에 약 70만 개 판매, 고디바 모찌는 오전 7시 전에 대기 마감

참고로 이 그래프는 판매량이 아니라 구글 검색 관심도입니다. 네이버 검색은 포함되지 않고, '한정선'은 사람 이름으로 검색한 경우까지 섞여 있을 수 있어요. 흐름을 보는 용도로만 봐 주세요.

네 번의 유행, 뭐가 달랐을까

1막. 두바이 초콜릿: 모든 일의 시작

엄밀히 말하면 정점이 2024년 7월이라 최근 1년에 딱 들어오지는 않아요. 그래도 뺄 수 없습니다. 초콜릿 안에 카다이프(실처럼 가는 중동식 면)와 피스타치오 크림을 넣는 이 조합이 다음 유행의 뿌리거든요.

단면이 보이게 자른 두바이 초콜릿. 초콜릿 층 사이에 연두색 피스타치오와 카다이프 속이 두껍게 채워져 있다

그래프를 자세히 보면 재미있는 부분이 있어요. 2025년 내내 1 근처에 머물던 두바이 초콜릿 검색이 2026년 1월에 7까지 다시 올라갑니다. 두쫀쿠가 뜨자 원조도 같이 소환된 거죠.

2막. 두쫀쿠: 이 글의 주인공

두쫀쿠는 두바이 쫀득 쿠키의 줄임말이에요. 마시멜로를 녹인 쫀득한 피 안에 피스타치오 크림과 바삭한 카다이프를 섞은 속을 채운 디저트입니다. 이름은 쿠키인데 식감은 찹쌀떡에 비유되곤 해요.

반으로 가른 두쫀쿠 단면. 초콜릿색 얇은 피 안에 피스타치오 크림과 카다이프를 섞은 황록색 속이 가득 차 있다

유행이 달아오르던 때의 가격은 개당 5천 원 전후부터 1만 2천 원 이상까지였어요. 쿠키 하나에 만 원이라니, 평소의 저라면 웃고 지나갔을 가격입니다. 평소의 제가 아니었던 이야기는 잠시 뒤에 할게요.

3막. 버터떡: 두쫀쿠의 빈자리

2026년 3월, 두쫀쿠 열기가 식자마자 그 자리를 차지했어요. 찹쌀 반죽에 버터와 우유를 더한 간식으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합니다. 중국 상하이 간식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결이 잡힌 둥근 모양으로 진하게 구운 버터떡이 종이컵에 담겨 있고, 앞쪽에는 반으로 가른 한 개에서 쫄깃한 노란 속이 늘어나고 있다

위 사진은 실제 버터떡의 모양을 참고해 AI로 만든 예시예요. 실물은 베이징에서 직접 사 먹어 본 이데일리 기사의 사진에서 볼 수 있어요.

그래프에서는 4월에 한 번 더 솟는 작은 봉우리가 보여요. 그러다 6월 초 14에서 3으로 뚝 떨어진 뒤로는 바닥에 머물러요.

4막. 한정선과 고디바 모찌: 지금 진행 중

이번 가을의 주인공은 찹쌀떡입니다. 과일과 요거트 크림을 채운 한정선 찹쌀떡이 줄을 세우기 시작했고, 뒤이어 고디바 잠실 롯데월드몰 매장의 모찌가 새벽 오픈런을 불렀어요.

접시에 담긴 찹쌀떡. 반으로 가른 쪽에는 딸기와 흰 크림이 보이고, 옆에는 코코아 가루를 뿌린 초콜릿 모찌가 놓여 있다

한정선 검색은 11월 첫 주에도 23으로, 앞선 유행과 달리 아직 높은 편이에요. 재료는 초콜릿에서 떡으로 완전히 바뀌었지만, 쫀득한 식감을 찾는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결국 한국인은 쫀득한 걸 못 참나 봐요.

그래서 제 1등은 두쫀쿠입니다

모든 유행을 직간접적으로 다 먹어 봤지만, 정말 맛있었던 건 두쫀쿠예요. 어느 정도였냐면, 한두 달의 시즌 동안 20만 원어치를 먹었습니다.

여자친구 핑계는 여기까지입니다. 이건 그냥 제 식탐이에요.

그렇게 먹다 보니 맛을 가르는 건 하나라는 걸 알게 됐어요. 바로 속의 습도입니다. 같은 두쫀쿠여도 속에 들어간 피스타치오 크림의 비중에 따라 완전히 다른 디저트가 되더라고요.

두쫀쿠 속의 습도 비교 그림. 크림이 적으면 버석하고 퍽퍽하며, 크림이 적당하면 촉촉한데 흐르지 않고, 크림이 많으면 잘랐을 때 흘러내린다

제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 너무 건조하면 안 됩니다. 카다이프만 씹히면 비싼 과자를 먹는 기분이에요.
  • 그렇다고 흘러내리면 안 됩니다. 크림이 줄줄 흐르면 쫀득함도 바삭함도 함께 흐려져요.
  • 촉촉한데 형태를 유지하는 지점이 정답입니다. 잘랐을 때 단면은 윤기가 도는데, 크림이 밖으로 흐르지는 않는 정도예요.

사기 전에 후기 사진을 볼 수 있다면 단면부터 확인해 보세요. 이 기준 하나만 있어도 실패할 확률을 줄일 수 있어요.

페어링은 무조건 아아

두쫀쿠에는 아아를 곁들이세요. 한국인이 사계절 내내 마시는 그 아이스 아메리카노요. 쌉쌀하고 차가운 커피 한 모금이 달고 진한 맛을 깔끔하게 끊어 줘서, 다음 한입이 처음처럼 맛있어요. 제가 보기엔 두바이가 아니라 한국에서 완성된 조합입니다.

어디서 먹을까: 서울대입구역 미엘케이커리

제가 정말 추천하는 곳은 서울 관악구 샤로수길에 있는 미엘케이커리입니다.

  • 위치: 서울 관악구 관악로14길 71 3층 (서울대입구역 근처)
  • 메뉴: 다이닝코드 기준 두바이쫀득쿠키, 두바이수건케이크 등
  • 영업시간: 같은 페이지 기준 매일 14:00~22:00

문이 닫혀 있어 헛걸음했다는 후기도 있고 시즌 메뉴는 바뀔 수 있으니, 가기 전에 영업 여부와 메뉴를 꼭 확인하세요.

단 게 힘들다면 수건케이크와 우유

두쫀쿠가 너무 달 것 같다면 두바이 수건케이크를 권해요. 수건케이크는 얇은 크레이프에 크림을 넣고 수건처럼 돌돌 만 디저트이고, 여기에 피스타치오 카다이프를 더하면 두바이 버전이 됩니다.

돌돌 말린 크레이프 안에 크림과 피스타치오 카다이프가 든 두바이 수건케이크와 차가운 우유 한 잔

위 사진은 AI로 만든 예시라 실제 메뉴와 달라요. 미엘케이커리의 진짜 두바이 수건케이크는 매장 인스타그램의 단면 사진과 만드는 과정에서 볼 수 있어요.

여기에는 아아 대신 우유를 곁들여 보세요. 부드럽게 넘어가서 단맛에 약한 분도 편하게 드실 수 있어요.

자주 묻는 질문

두쫀쿠 유행은 끝났는데 지금 먹어도 되나요?

오히려 좋습니다. 11월 첫 주 검색 지수는 정점의 3% 수준이에요. 이미 올해 3월 초에 한창때보다 생산량이 줄고 품절도 잘 나지 않는다는 매장 이야기가 있었어요. 다만 메뉴에서 빠진 곳도 있을 수 있으니 미리 확인하세요.

두바이 초콜릿과 두쫀쿠는 뭐가 다른가요?

속 재료는 닮았고 겉이 달라요. 두바이 초콜릿은 초콜릿이 감싸고, 두쫀쿠는 쫀득한 마시멜로 피가 감쌉니다.

다음 유행은 뭘까요?

그걸 알면 제가 미리 사 뒀겠죠. 여자친구에게 물어보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

유행은 지나가도 맛은 남습니다

두쫀쿠의 검색 그래프는 이미 바닥이에요. 그런데 저는 그래서 지금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추운 날 줄 서지 않아도 되고, 저처럼 20만 원을 쓰지 않아도 되거든요.

이번 주말에 샤로수길에 갈 일이 있다면 두쫀쿠 하나와 아아 한 잔을 시켜 보세요. 단면이 촉촉한데 흐르지 않는다면, 제 말이 무슨 뜻인지 바로 아실 거예요.

버터떡, 찹쌀떡, 수건케이크 사진과 대표 이미지는 AI로 생성한 이미지이며, 특정 매장의 실제 메뉴 사진이 아닙니다. 그래프와 습도 그림은 직접 제작했고, 그래프 데이터는 2026년 11월 4일에 조회한 Google 트렌드 값입니다. 두바이 초콜릿 사진: WiseWoman, CC BY 4.0, 크기 조정. 두쫀쿠 단면 사진: Real rism, CC BY-SA 4.0, 크기 조정.